행복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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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포쉐 지음/조재룡 옮김
분야: 인문
312쪽 / 152mm × 220mm / 정가 18,000원
발행일 2020년 4월 5일
ISBN | 979–11–86921–86-9 03920

행복의 본질과 개념의 시대적 변화를 추적한 인문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꼭 행복해야 할까. 누구나 염원하는 행복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2천 년 인류 역사에서 행복은 어떤 개념으로 변해왔으며 그 배경에는 어떤 이념이 자리잡고 있었을까.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행복을 어떻게 인식해왔고, 역사와 사회는 어떻게 행복을 규정했는지 문학, 예술, 사회, 정치, 역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행복에 관해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성찰을 담고 있는 이 인문학서는 2007년 국내에 소개된 바 있었으나 번역자의 전반적인 수정과 보완을 거쳐 새롭게 출간됐다.

행복을 찾아서

오늘날 행복은 자신에 대한 배려를 뜻한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목표를 세워 추구한다는 점에서 행복은 전적으로 개인 문화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든가 가정을 꾸린다든가 자식이나 좋은 친구와 함께한다든가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등의 공통적인 경험을 통해 행복을 정의하곤 한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은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추구돼왔다.
실제로 행복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상식적인 대답을 포기하는 순간, 행복해지려는 동기가 개인과 시대, 문명에 따라 얼마나 서로 다르게 형성돼왔는지 알게 된다. 왜냐하면 행복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엇’을 추구하게 하는 계기이자 구실이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달랐던 행복의 개념

행복은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그리는 일종의 재현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따라서 행복을 직접 실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행복은 언제나 지금과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있는 만큼,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재현에는 역사가 있다. 이 역사는 각기 다른 시기, 각각의 사회가 욕망하는 것에 대한 전망과 설계로 요약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행복의 변천 과정과 주요 쟁점을 각 시대의 이데올로기 변화에 따라 통시적으로 살펴본다. 인류 역사의 출발점에서부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행복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인식됐는지, 궁극적으로 역사와 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행복을 규정했는지 돌아보면서 문학, 예술, 사회, 정치, 역사 전반을 아우르며 다양한 분석을 전개한다.
그렇게 저자는 먼저 철학자들이 행복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던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고안된 행복이 신을 대신하고, 세계의 신비가 사물에 대한 명료한 이해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점을 밝힌다. 물론 그 절정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을 행복의 조건으로 간주했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행복은 신에게서 하사받은 신성한 특권도 아니었고,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던 축제에서 비롯하지도 않았다. 행복은 오히려 ‘철학’이라고 부르는 지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지혜의 결과였다.
중세에 이르러 행복은 구원을 얻는 데 더 밀접하게 관여한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고대와 중세 사이의 단절은 철학과 신학의 단절만큼이나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제 인간은 자기 운명을 완수하고, 신에게 구원받아야 하는 사명을 바탕으로 행복을 꿈꾼다. 신에게 자기 온 존재를 맡긴 인간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웃고 사랑을 표현한다. 철학자들에게 추방됐던 시인들은 중세 도시로 돌아온다.
그러다가 행복은 인간이 자아를 추구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르네상스기에 행복을 완수할 임무는 문예에 능한 인간, 이성적 존재에 부과된다. 16세기 인본주의자들이 꿈꾼 행복은 자유를 훔쳐낸 자가 누리는 행복이자 신에게 해방되며 얻는 행복이었다. 이 행복은 합리적 인간의 머릿속에서 창조된 행복이었다. 하지만 신을 떠나보낸 공간은 이성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기에 이런 결핍을 노래한 존재가 바로 예술가들이었다. 이처럼 낭만주의 시대 불안한 행복에서 현대 자본주의 돈이 보장하는 행복이 형성되는 과정을 짚어가면서 저자는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나 톨스토이가 주장했던 행복론, 현대 사이버 공간을 창조한 석학들의 견해 등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처럼 행복은 축제에서 혁명에 이르기까지, 철학자의 장엄한 웅변에서 오늘날 비보이들의 현란한 율동에 이르기까지, 신학자들의 엄숙한 저서에서 인기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나 패키지 관광 상품 전단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실현된다.

현대인의 행복

저자는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행복하려면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독서, 자기만의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행복을 느끼려면 세상을 직접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쾌락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와 다른 형태의 문화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행복에 관한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하나의 모델을 제안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자가 고안하는 온갖 종류의 행복에는 적어도 자유와 자율에 대한 고려와 타자를 의식하는 근본적 상호성이 전제돼야 한다.
사물과 인간을 기계적, 수학적, 통계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오늘날 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점점 무너져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자는 관계 맺음에 주목한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개종이다. 여기서 개종은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내가 맺는 관계, 나의 일상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를 ‘다르게’ 맺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해관계보다 타인의 인격과 입장을 고려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고유한 논리와 관점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행복에 이르는 개종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개종은 자신에 대한 발견으로 귀결되는 일종의 여행이다. 종류의 개종을 의미하는 행복은 하나의 이정표이자 에덴동산을 향해 다시 출발하는 약속이다. 행복은 결핍의 징후이자 풍요로움의 약속, 그리고 우리를 구성하는 형이상학적인 이타성을 직시하는 행위와 밀접히 연관된다. 행복은 우리를 과거 황금기에 대한 향수나 경이로운 미래를 바라보는 기대와 꿈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현재의 평온을 우리에게 약속하기도 하는 ‘희망의 원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목차

서문 9

제1부. 형이상학적 행복 19
제1장. 천국의 인간 21
제2장. 열락(悅樂)의 정원 37
제3장. 고대의 행복 51
제4장. 중세의 구원 67

제2부. 자아의 행복 83
제1장. 감각의 추구 85
제2장. 행복의 추구 99

제3부. 행복과 정치 117
제1장. 행복은 새로운 사상이다 119
제2장. 정치적 유토피아 133
제3장. 역사의 불행 153

제4부. 행복은 다른 곳에 있다 179
제1장. 탈주 속의 행복 181
제2장. 사적인 행복 199
제3장. 상품화된 행복 219
제4장. 여가 243
제5장. 작은 행복에 놓여 있는 행운 255

제5부. 행복은 우리의 숙명이다 263
제1장. 희망의 원칙 265
제2장. 안락의 바람 283

옮긴이 후기 295
참고문헌 305

저자 소개 : 미셸 포쉐 Michel Faucheux

1957년 태어난 미셸 포쉐는 문학박사로, 리옹의 고등인문학응용연구센터 소장이며, 사상사, 철학, 문학 등을 연구했다. 현재 프랑스 리옹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불멸의 사건들』(1978) 『대지는 전설이다, 인간의 상상력 앞의 과학』(1999) 『기억의 티베트』(2001) 『몽상의 추구』(2006) 『서양에서의 악의 역사』(2004) 등의 저서와 다수의 역사학 분야 논문이 있다. 그는 대학 강의뿐 아니라 인문학과 역사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접근을 통해 대중들과 자주 접촉해왔으며, 활발한 집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옮긴이 조재룡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2002년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번역의 유령들』 『시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번역하는 문장들』 『한 줌의 시』 『의미의 자리』 등이 있으며, 다수의 번역서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