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디자인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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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경 글/이봉섭 구성·그림

분야: 예술, 디자인/청소년/그래픽노블

128쪽 / 152mm × 220mm / 올컬러 / 정가 15,000원

올컬러 / 발행일 2020년 1월 25일

ISBN | 979–11–86921–82-1 07650

디자인의 역사와 개념을 글과 만화로 소개한 재미난 책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옷과 신발, 집과 거리, 사무용품과 전자기기, 심지어 음식과 음료까지 어느 하나 디자인되지 않은 것이 없다. 디자인은 단지 겉모습만 아니라 사회와 제도, 생산과 소비, 환경과 자연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인간의 의식이자 계획이다. 하지만 서점에서 이런 문제를 알기 쉽게 다룬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 두 명의 전문가가 가장 기본적인 여덟 가지 주제를 통해 디자인의 역사와 개념의 변화를 살펴봤다. 글과 만화가 어우러져 아주 재미있지만, 내용이 깊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에게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진화하는 디자인의 힘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손해를 보면서도 사용하던 제품을 처분하고 ‘갈아타는’ 휴대전화, 자동차, 노트북 등. 소비자는 이런 소비를 자신의 주체적 선택으로 믿지만 대기업이 디자인을 통해 ‘상징적 폐기’를 유도한 결과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다. 디자인은 사물을 아름답게 장식하거나 기능을 조정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개념과 계획을 실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의 결과로 계획된 방식이 대량생산 시대 생산과 소비에 적용되고,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디자인을 단순히 계획 개념으로만 설명하기도 어려워졌다. 특히 생산보다 소비가 사회구성원의 정체를 규정하는 기제로 작용하면서 디자인은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까지 대두하면서 디자인 개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디자인은 그 표현을 사용하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의미들이 고스란히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의미 현상에 축적되면서 개념은 더욱 복잡해졌다. 디자인이 제품생산에 적용되고, 본격적으로 사회 전면에 대두하면서 이 개념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살피는 일은 곧 디자인 개념 자체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디자인 개념의 변화와 적용 상태를 살펴보고, 오늘날 디자인이 지향하는 긍정적인 방향을 소개한다.

디자인의 핵심은 소통

치열한 경쟁 시대에 디자인은 경쟁력의 수단이자 취향을 구분하는 기제로 인식된다. 하지만 디자인은 오히려 소통과 협업의 수단이고, 디자이너의 과제는 변별적인 취향을 초월한 최선의 선택을 찾는 데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디자인 용어가 흔히 쓰이고 디자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계기도 늘었지만, 디자인 개념이 진화하고 의미가 복잡해지면서 소통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대부분 디자인 관련 개념 자체를 모호하게 이해하고 각기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쓰였다.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념을 잘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상징, 소통, 기능, 경영, 성찰, 환경, 사회, 디자인, 모두 8가지 디자인 관련 대표 주제를 역사적으로 살피며 그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 동굴벽화에 그려진 동물과 오늘날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가 과연 어떤 맥락에서 똑같이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는지, 기업은 어떻게 생산을 극대화하거나 소비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디자인을 이용하는지,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 수단이 아니라 어떻게 근본적으로 인간관계와 노등, 체계와 사회의 작동방식을 계획하고 실천하는지,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는 데 디자인은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등 시대적 화두가 된 개념들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만화의 매력

글은 순서대로 읽으며 시간을 들여 해독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림은 여유를 가지고 시각적으로 즐기면서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글과 그림이 조화된 만화는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면서 동시에 심도 있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아주 매력적인 소통 수단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전문가의 글을 만화로 재현했다는 점이다.

글을 쓴 저자와 만화를 구성한 작가는 모두 디자이너다. 게다가 저자는 그래픽 디자이너이고, 작가는 제품 디자이너여서 모두 디자인만이 아니라 만화에 대한 이해도 높다. 디자인을 대표하는 두 분야를 전공하고 활동한 저자와 작가가 협업했기에 이 책은 어느 한 분야에 치중되지 않고 디자인의 다양한 측면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작가는 글이 매우 진지한 내용이지만 곳곳에 코믹한 요소와 적절한 은유를 배치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덕분에 어려울 수도 있었던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구성되었다.

목차

서문………………………………05

상징………………………………15

소통………………………………27

기능………………………………41

경영………………………………57

성찰………………………………71

환경………………………………85

사회………………………………99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111

후기…………………………….123

저자 소개

글 윤여경

경향신문 정보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국민대 시각디자인 전공 학부에서 이론을 가르치고 논문을 지도한다. 저서로 『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지콜론) 『역사는 디자인된다』(민음사) 등이 있으며 다수의 디자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현재 서울 을지로에서 디자인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디자인 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성·그림 이봉섭

캐나다 밴쿠버 VanArts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대학원(IDAS)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현재 기업의 신제품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시각화하는 비주얼 라이터(Visual Writer)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픽노블 작가로 『일방통행』(이숲)을 출간했다.

본문 속으로

시간이 갈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요즘은 디자인을 직접 만드는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경영자, 기획자, 사용자 등 모두 디자인의 주체로 여겨진다. 디자인에 참여하는 사람을 디자이너라고 부른다면 사실상 모든 참여자를 디자이너로 간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상당히 유용하고 유리하다. 우리는 디자인에 대해 더 많이 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 더 좋은 디자인을 선택함으로써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7-8쪽

아이는 대부분 장난감 자동차를 좋아하지만 왜 좋아하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어른도 자동차를 좋아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의 가장 주목할 만한 발명품이 바퀴와 전차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빠른 이동수단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차를 탐내는 걸까? ‘성공한 사람은 고급 자동차 탄다!’ 오늘날 자동차에는 이동수단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뛰어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빠른 속도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는 ‘힘’이 내포돼 있다. 17-18쪽

디자인(design)은 명사이자 동사다. 어떤 대상이 디자인된 상태를 가리킬 때는 명사로 쓰이고, 디자인하는 과정을 말할 때는 동사로 쓰인다. 그래픽디자인에서 대표적 명사로서의 디자인은 책, 그림, 사진 같은 기록 매체의 형태로 나타난다. 순수예술이 그림과 조각을 통해 감성을 기록한다면 성서나 철학서 등은 문자로 이성을 기록한다. 인간이 기록에 집착하는 것은 소통을 위해서다. 이 소통 과정이 바로 동사로서의 디자인이다. 15세기 유럽에서 금속활자와 인쇄기술이 발명되면서 소통의 범위가 급격히 늘어나고 내용도 깊어졌다. 그리고 현대 디자인에 이르러 그림과 글,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다루게 됐다. 예술과 디자인이 존재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아마도 소통일 것이다. 28쪽

디자인은 본래 ‘디세뇨(Disegno)’라는 이탈리아 말에서 비롯했다. 16세기에 이 표현은 ‘머리로 하는 작업’을 의미했다. 머리로 하는 작업이란 ‘계획’을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 인쇄혁명으로 한번에 많은 양을 제작할 때 미리 어떻게 만들지 계획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계획은 곧 이론이고, 예술에도 이론이 생겼다. 이 용어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술학교 ‘아카데미아 델 디세뇨(Academia del Disegno)’가 등장했다. 이 학교는 후일 새로운 예술교육의 롤모델이 돼 그때까지 예술교육의 중심이었던 길드를 대체했다. 45쪽

현대 산업 디자인은 대량생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목숨을 건 도약’을 한다고 했다. 즉 많이 만들면 반드시 팔아야 한다. 그래서 대량생산에는 대량소비가 요구된다. 자본가는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팔려고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계획적 폐기’ ‘상징적 폐기’다. 계획적 폐기란 기능을 개선해서 기존 제품을 진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징적 폐기는 유행을 진부하게 만들어 새로운 유행을 유도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제품 혁신과 광고를 통해 이 폐기에 동참해왔다. 그 덕분에 디자인은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사회를 혁신하려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자본가가 경영을 혁신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58쪽

1970년 이후 다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오면서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다양해진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에 열광했지만 점차 과소비가 장려되면서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졌다. 고급 자동차는 부와 계급의 상징이 되었고 과시가 사회적 미덕이 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몇몇 양심 있는 산업 디자이너 사이에 반성과 성찰이 이어졌다. 디자이너의 새로운 도전 과제인 디지털 기술도 등장했다. 디자이너는 디지털 기술에서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처럼 자본과 기술의 맥락이 변하면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시작됐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사용자 경험(UX)’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72쪽

산업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큰 폐해는 환경파괴다. 수많은 산업 쓰레기가 땅과 바다, 하늘을 뒤덮고 있다. 오염된 환경은 인간과 동물, 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인류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환경을 고려한 에코 디자인과 그린 디자인 개념이 등장한다. 다소 극단적인 에코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인간 문명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온건한 그린 디자인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과시적 자본주의를 반성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린’은 환경만이 아니라 평화와 다양성의 상징이다. 20세기 후반 환경과 평화, 인종, 여성 문제 등이 부각됐고 ‘그린’은 디자인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됐다. 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