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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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핌 / 주순애 옮김
분야: 영미 소설
292쪽 / 130mm × 190mm / 정가 13,000원
발행일 2019년 10월 10일
ISBN | 979–11–86921–76-0 03840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권의 소설! 부커상 후보작

바바라 핌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코미디 소설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가을 사중주』는 그녀의 문학 세계 진수를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이다. 그녀는 전후 영국 사회의 소외된 삶을 가장 잘 묘사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독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필력과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며, 날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밀려나 섬처럼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오랜 세월 함께 지내도 상대를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씁쓸한 인간관계를 특유의 희비극적 필치로 그려내 그녀의 작가 경력에 최고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고독하게 늙어가는 남녀 넷이 연주하는 가을 사중주

두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회사의 업무 방식이 진화하면서 이제 그들의 작업은 별로 소용없어졌고 그들이 모두 은퇴하면 부서 자체가 폐기될 예정이다. 네 사람은 꽤 오랫동안 함께 일했지만 식사는 물론이고 밖에서 차 한 잔 함께 마신 적이 없다. 모두 독신이고 남녀가 각기 두 명씩 있으니 스쳐 지나가는 멜로 사건이라도 생길까 했으나 함께 일하며 늙어간다는 사실 말고는 공통점도 없고, 형편도 각자 다르다. 마샤와 에드윈은 자택에서 살지만 노먼과 레티는 월세 단칸방에서 사는데, 이들의 주거 상황은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심사도 저마다 다르다. 교회에 다니는 에드윈은 교회 행사에 참여하느라 늘 바쁘고, 노먼은 한때 점심시간이면 대영박물관에 가곤했지만, 네 사람 모두 뚜렷한 취미도 없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판에 박힌 일상을 더없이 중시하고 방해받으면 몹시 싫어한다. 특히 마샤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게 해주려고 애쓰는 사회복지사를 몹시 귀찮아하고, 심지어 사무실 동료 레티가 선의로 준 우유 빈 병 처리로 속을 썩이다가 급기야 레티를 혐오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네 사람의 고립은 점점 더 심각해진다.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그것도 그들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뜬 뒤에야 살아남은 세 사람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일어나고 소설은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난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칸막이가 생기는 사회에서 소통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각자 비참한 고독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세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이 저자 바바라 핌은 이 소설에서 놀라운 통찰력을 선보이고, 소설은 무색무취한 외로움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유머가 반짝이는 상황들을 연출한다.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고독에서 벗어나는 길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남자와 두 여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가망 없는 상태에 놓인다. 사회가 급변하고 정체성이 무너지고 외국인이 점점 늘어난다. 레티는 자기가 세 들어 사는 집이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에게 팔렸을 때 변화를 실감한다. 몰번의 중산층 영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이 어쩌다가 런던 시내 작은 방구석에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는 외국인들에 둘러싸여 살게 됐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레티만이 아니라 나머지 인물들도 익숙했던 주위 환경이 점점 배타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느새 나이 들어 사회가 원치 않는 존재가 되어가고, 근로자가 아니라 은퇴자로 살면서 전에 알지 못했던 일들을 겪는다. 은퇴하는 두 여자를 위한 송별회 장면 묘사는 가히 일품이다. 송별회에 참석한 고위 간부는 연설하면서 회사에 평생을 바친 그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순식간에 과거로 사라질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젊은 시절엔 꿈도 계획도 있었지만, 어느새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네 사람. 겨울이 오기 전에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길은 오로지 서로 지지하고, 끈질긴 고독에서 벗어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 및 역자 소개

글 : 바바라 핌

영국의 소설가이다. 첫 작품 Some Tame Gazelle(1950)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사회적 코미디 작가로서의 캐리어를 시작한 그녀는 1950년대에 일련의 작품들을 출판했는데, 그중 Excellent Women(1952)과 A Glass of Blessings(1958)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 후 십여 년 동안 핌의 문학경력은 중단되었으나, 그녀를 ‘가장 저평가된 20세기 작가’로 지명하는 비평가 데이비드 세실(David Cecil)과 시인 필 립 라킨(Philip Larkin)의 글이 1977년 영국의 문학비평 주간지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에 실린 것을 계기로 그녀는 다시 문단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핌의 복귀작인 『가을 사중주(Quartet in Autumn)』(1977)는 그해 부커상 최종 후보작 명단에 올랐으며, 그것을 계기로 그녀의 작품들은 북미에서 새로운 독자층을 얻었다.

옮긴이 : 주순애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영자신문과 외국인회사 등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현재 영문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역서로 『파리는 날마다 축제』, 『웜우 드: 어둠의 책』, 『존 스미스 이야기』, 『지구별 사랑 이야기』, 『두려움 없는 죽음, 죽음 이후의 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