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아쓰시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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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지마 아쓰시 (지은이) | 김현희 | 조성미 (옮긴이)
이숲에올빼미 | 2013-12-31

정가 12,000원
반양장본 | 296쪽 | 190*130mm
345g | ISBN : 9788994228839

33세의 나이로 요절한 일본의 천재 작가 나카지마 아쓰시의 작품 중에서 ‘산월기’ 한 편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중단편 10편을 모았다.

한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집안의 영향과 일찍이 접했던 서양의 철학과 문학적 배경, 그리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나가이 가후 등에게서 받은 유미주의적 경향은 작품 곳곳에서 그가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를 재목이었음을 예고하고 있다. 설화와 고전의 소재를 놀라운 걸작으로 승화한 작품들, 단조로운 일상에서 심오한 존재론적 성찰을 이끌어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 나카지마 아쓰시 (中島敦)

소개 : 1909년 일본 동경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한문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당시 식민지였던 한국의 서울에 와서 용산국민학교, 경성중학교에 다녔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동경대학 문학부를 졸업했으며, 1934년 「호랑이 사냥(虎狩)」이 중앙공론사(中央公論社) 공모에 선외가작으로 지목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42년에는 『문학계(文學界)』 2월호에 「문자화(文字禍)」와 「산월기(山月記)」가, 5월호에 「빛과 바람과 꿈(光と風と夢)」이 발표되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작가로 주목받았다. 중국 고전을 소재로 삼은 그의 대표작 「산월기」는 조부와 숙부들이 모두 한학자, 중국학 학자였기에 어릴 적부터 한학 전통에 익숙했던 집안 배경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941년 공립학교용 교과서 편찬을 위해 남태평양 팔라우 섬에 지방정부 관리로 부임했다가 다음 해 건강 악화로 귀국하여 그 나름대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쳤으나 자신의 문학적 천재성을 온전히 펼치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서른세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대표작으로는 「산월기」 외에도 이 책에 수록된 「카멜레온 일기(かめれおん日記)」, 「낭질기(狼疾記)」, 「오정의 출가(悟淨出世)」, 「오정의 탄이(悟淨歎異)」, 「우인(牛人)」, 「이릉(李陵)」 등이 있다.

역자 : 김현희

소개 : 성신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벳부대학 국문과에서 객원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 일본 문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등 일본 문학작품을 다수 우리말로 옮겼다.


작품해설: 나카지마 아쓰시의 낭질(狼疾) _ 다케다 다이준
우인(牛人)
영허(盈虛)
산월기(山月記)
여우에 홀리다(狐憑{)
문자화(文字禍)
미라(木乃伊)
오정의 출가(悟淨出世)
오정의 탄이(悟淨歎異)
카멜레온 일기(かめれおん日記)
낭질기(狼疾記)
나카지마 아쓰시 연보
옮긴이 글: 요절한 천재의 ‘세계문학’ _ 조성미.김현희

요절한 천재의 보석 같은 작품

33세의 나이로 요절한 일본의 천재 작가 나카지마 아쓰시의 작품 중에서 ‘산월기’ 한 편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중단편 10편을 모았다. 한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집안의 영향과 일찍이 접했던 서양의 철학과 문학적 배경, 그리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나가이 가후 등에게서 받은 유미주의적 경향은 작품 곳곳에서 그가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를 재목이었음을 예고하고 있다. 설화와 고전의 소재를 놀라운 걸작으로 승화한 작품들, 단조로운 일상에서 심오한 존재론적 성찰을 이끌어낸 그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그간 망각의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보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소설적 서사가 된 철학적 사유

나카지마 아쓰시의 작품을 연대와 성향에 따라 세 시기로 구분하여, 설화와 고전의 소재를 다룬 시기, 남양군도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국적 소재를 다룬 시기, 요코하마여고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존재론적 회의를 담은 작품을 집필하던 시기로 나누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구분에 큰 의미는 없다. 그의 작품에서 철학적 성찰은 늘 가장 근본적인 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오정의 출가」, 「오정의 탄이」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의 서유기’라는 제목으로 방대한 대작을 구상하고 있었던 저자는 죽기 전 이 두 중·단편밖에 남기지 못했지만, 특히 「오정의 출가」에서 그는 사오정을 고대 철학자 피론과 같은 회의주의자로 설정하고, 기이한 요괴들로 상징되는 동서고금의 여러 철학 사상을 편력하게 한다는 매우 기발한 서사적 발상을 보여준다. 니체의 영겁회귀 사상을 연상케 하는 새우 요괴, 파스칼처럼 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미워하라고 역설하는 미모의 청년, 『장자』에서 이름을 빌린 여우 씨의 제자, 사물의 형상을 넘어 불생불사의 경지에 들어 “무를 머리로 삼고, 생을 등으로 삼아, 사를 꼬리로 삼는다.”고 말하는 곱사 등 여러 요괴를 차례로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는 사오정은 저자 자신의 지적 여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이 책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 예를 들어 고대 페르시아의 설화에서 착상하여 존재의 현상과 본질, 그리고 그 영속성에 대한 탐구를 이야기로 꾸민 「미라」, 고대 스키타이 설화에서 소재를 찾아 문학적 서사와 문학하는 인간의 운명을 성찰하는 「여우에 홀리다」, 고대 아시리아 설화를 문자 언어의 본질을 규명하는 알레고리로 해석한 「문자화」 등도 매우 흥미로운 인문학적·철학적 사고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인간의 본질을 탐색한 문학

저자는 고대 역사와 설화에서 극단적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국 노나라의 숙손표의 일화를 담은 「우인」에서 주인공은 아들 수우의 악의에 찬 거짓 간병을 받다가 굶어죽는다. 그는 죽어가는 손숙표를 내려다보며 냉소하고 서 있는 괴수와 같은 아들의 얼굴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것은 이미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 캄캄한 원시의 혼돈에 뿌리내린 하나의 사물 같았다. 숙손표는 뼛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괴물에 대한 공포는 아니었다. 그의 감정은 오히려 이 세상의 혹독한 악의에 대한 일종의 겸허한 경외심에 가까웠다.” 위나라 장공의 일화를 소재로 삼은 「영허」에서도 왕권을 두고 자식과 골육상잔을 벌이다가 끝내 패망하여 목숨을 잃는 아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평소에 애지중지하던 싸움닭 한 마리를 품에서 놓지 않는다. 「산월기」에서도 주인공은 소망했던 시인이 되지 못하자 뜻하지 않게 호랑이로 변신하는 존재의 변화를 겪는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처자가 배고파 얼어 죽을 지경이어도 (자신의) 부족한 재능을 더 걱정하던 인간이었기에 짐승으로 영락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나카지마 아쓰시 문학의 놀라운 점은 이런 고사를 소설화할 때 달콤한 서사를 덧입히거나 감상적으로 채색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감동과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소설적 허구의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고대의 사실 자체에 순수하게 감동하고, 그 감동을 겸허하게 기록하면서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찰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나카지마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 즉 그가 스스로 ‘낭질’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드러난다.

나카지마 아쓰시의 낭질

나카지마가 ‘낭질’이라는 말을 사용한 데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 낭질은 “손가락 하나를 소중히 하려고 한 까닭에 어깨와 등까지 잃어버리고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낭질의 인간’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맹자의 말에서 왔다. 손가락 하나는 나카지마의 자아이고, 그 자아에 매달리는 문학적 상태를 말할 것이요, 어깨와 등은 나카지마 자신의 전 존재이고, 또 그가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말하는 거대한 문학의 세계를 말할 것이다. 나카지마는 격심한 낭질을 앓는다. 그것은 「산월기」의 이징이 시 쓰는 일에 절망하고 포악한 성향이 발동하여 그의 집념이 그를 맹호로 변신시켜 잔학한 나날을 보내게 하고, 출생을 어기고 정신이 혼미해지면서까지 시에 집착하는 것과 같은 ‘질병’이다. 그것은 그런 시를 후세에 남기고 싶다는 일념을 버리지 못해 호랑이로 변신한 시인의 시가 격조 높고 취향이 탁월해서 작자의 비범함을 드러내지만, 결국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없었던 불가사의함과 상통한다. 그래서 그는 ‘뭔가 매우 미묘한 점이 빠졌다.’며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그에게 정말 그것이 모자란 것일까. 그의 작품은 호랑이로 변신한 시인의 시처럼 결국 ‘인간’의 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그의 「낭질기」가 자신의 존재에 관한 매우 충실한 기록이었던 것처럼, 고대 설화를 바탕으로 했던 그의 작품들도 단순한 이국취향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본질을 건드린다. 그러나 작가의 낭질은 작가를 괴롭힌다. 그것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작가 특유의 독자적인 질병이기에 그는 그것을 통해 자신을 고양하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낭질은 작가를 위협하고, 단련한다. 낭질이 없는 작가는 위협받지도 않고 단련되지도 않으며,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도 없다. 나카지마는 끝내 자신의 낭질을 치유하지 못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존재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시달리던 그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이 마치 어린 시절의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그의 삶을 통째로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혐오하고, 비문학적이라고까지 생각했던 그의 자아는 어느새 그가 아니면 누구도 쓰지 못할 새로운 문학으로 그를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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